22/04/2024
처음 만난 나를 낯설어하며 무표정한 시선, 경계의 눈빛으로 빤히 날 쳐다볼 때면 아직 4월밖에 안됐는데 한여름 뺨치게 땀이 흐르고 만다. 만 2 ,3 세 어린이들의 평가는 성인들보다 냉정하다. 성인이 되어버린 내가 가늠하기 어려운, 어린이 자신만의 호불호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든 주어진 시간을 음악교육으로서 채워야 하는 나는 어린이 음악교사로서 동화도 들려주고 악기도 흔들어제낀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악기를 쥐여주고 있노라면 초롱초롱한 여러 쌍의 눈들이 날 쫓아온다. 생기 넘쳐 반짝이는 눈동자들을 마주하다 번뜩이는 플래시처럼 터진 생각. '사람의 존재가 귀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그저 존재함만으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생각이 지난여름 당한 교통의 충격같이 마음에 박혔다. 실내화 왼쪽 오른쪽을 바꿔 신어도, 밥풀이 짓이겨진 옷을 입어도, 흘러버린 침이 하얗게 말라붙어 있어도, 콧물로 풍선을 만들어도, 행위로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세상에 치이고 눌려 여러 모양으로 자라고 변해버린 어른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