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7/2024
모든 게 회색으로 보이던 때가 있었다. 눈의 이상이 아니라 마음이 문제였다. 회색 장막을 뚫어낸 것이 바로 초록이다. 뜨거운 여름 오후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잎사귀들이 눈부시게 시끄럽던 찰나. 그와의 눈 마주침은 회색 장막이 걷히는 순간이었다. 때가 되면 싹을 틔우고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꽃을 떨궈 열매 맺는 초록의 열심이 지금도 내게 다정한 위로다. 회색이 드리우는 누군가가 있다면 초록을 향해 눈을 들어 올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