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1/2023

수면(水面)의 빛

잠자기 위해 눈을 감으면 꼬리의 꼬리를 무는 불안의 생각들로 생각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만 겨우 잠들 수 있던 어느 날들이 있었다. 지난 시간 속 내가 저지른 실수와 수치로부터, 다가올 내일이 기대가 아닌 걱정이 먼저였던 때. 깜깜한 깊은 물속으로 침잠하는 상상을 하며 현실에서 망상으로 도망쳐 잠을 이뤘다. 바다, 호수, 강 물이 고이고 흐르는 곳엘 갈 때면 깊은 물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날 상상하던 날들. ​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은 어느 SNS를 통해서였다. 한낮의 한강을 찍은 사진에서 반짝이는 윤슬은 내게 처음으로 수면(水面)에 시선을 두게 했다. '물'을 떠올릴 때면 늘 새파랗다가 시커멓게 가라앉기만 하던 내가 윤슬을 통해 아래로, 더 아래로 떨어지던 시선이 위를 향했다. ​ 다른 이의 아름다움이 내게 전이될 수 있던 것엔 이유가 있었다. 늘 비교하고 비교당하고 가치 매김에 익숙해져 불안이 일상이던 내가,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만한 존재임을 알았을 때. 변치 않는 단단한 반석 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시선을 위로 들 수 있었다. 이제 시커먼 물속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빛을 바라고 빛을 발한다. 내가 보는 윤슬은 우연히 보게 된 SNS의 그것처럼 매끄럽게 반작이는 빛깔은 아니다. 다만 어느 깜깜한 가운데라도 나만의 빛의 물결, 빛을 발견해낼 수 있다. 투박하기에 더 거침없이 나아가리라.

수면(水面)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