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23

먼지

청소기를 돌리고, 노란 손걸레로 책상이나 선반 위, 컴퓨터 모니터에 붙은 먼지를 닦아내고 긴 막대가 달린 물걸레로 바닥을 닦은 후 쓰레기통을 비운다. 큼지막한 청소를 한 후엔 세밀해질 차례다. 구역을 나눠 동서남북 위아래 구석구석 손이 안 닿는 곳이 없도록 손걸레로 먼지를 닦아내는 일에 신경 쓴다. 매일을 닦고 털어내도 다음날이면 선반 위엔 어디선가 날아온 거뭇한 티가 묻어있고 가느다란 먼지가 앉아있다. 그럼 난 또다시 닦는다. 먼지는 사방으로 달라붙는다. 위로 쌓이기만 하지 않고 선반이나 모니터 밑, 물건 표면의 사방으로, 틈만 있다 하면 그곳은 먼지가 붙어있었다. 매일 닦아도 새로 앉아있는 먼지를 보다가 생각했다. '내 마음은 깨끗한 상태인가?' 내 마음이야말로 이렇게 매일 닦아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러움이 묻었는지도 모른 채 매일을 살아가고 있었구나. 온갖 메시지들이 담긴 미디어에 늘 스스로를 노출시켜놓고선 그것들이 보이지 않는 생각의 오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는 걸 왜 몰랐을까. 그래서 결정했다. 생각을 더럽히는 것을 끊기로. 매일 마음을 닦아내기로. 그 후론 쓸데없는 생각이 줄었다. 생각이 줄어드니 삶이 단순해졌다. 자가증식하듯 불어나던 걱정들은 먼지 닦아내듯 닦아내거나 털어내버리려고 한다. 쉬지 않는 몸놀림으로 팔다리가 무거워질지언정 마음이 힘들어서 몸이 무거워지는 일이 조금씩 멀어진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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